사노라면 영주 순두부, 대체 얼마나 오랜 세월 한자리에서 맛을 지켜왔기에 지금까지도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걸까요? 경북 영주에는 오랜 시간 동안 직접 두부와 메밀묵을 만들어 온 한 식당이 있습니다.

흔히 생각하는 평범한 두부 한 모와는 조금 다른 곳입니다. 새벽부터 가마솥에 불을 지피고 콩을 삶는 일부터 물의 양과 간수의 정도까지 하나하나 손으로 확인하며 전통적인 방식을 고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노라면’에서는 영주에서 반세기 넘게 두부와 묵을 만들어온 박승창 씨의 이야기가 소개됐습니다. 오랜 세월 음식점을 운영하며 두부와 묵을 만들어온 그의 삶에는 단순히 한 가지 음식을 만드는 기술 이상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박승창 씨가 처음부터 두부 장사를 시작했던 것은 아닙니다. 젊은 시절에는 중동 건설 현장을 비롯해 여러 일을 하며 생계를 이어갔습니다. 그러던 중 어린 시절 어머니가 만들던 두부와 메밀묵이 떠올랐고, 그 기억을 바탕으로 직접 음식점을 시작하게 됐다고 합니다.
서른넷이라는 나이에 두부와 묵을 판매하는 식당을 열면서 본격적으로 가업의 기반을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일이 어느덧 50년이 넘었습니다.



아흔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새벽 5시면 가마솥 앞에 서서 하루를 시작한다고 하니, 오랜 세월 한 가지 음식을 지켜온 정성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전통 방식으로 만드는 순두부와 두부는 재료만 좋다고 해서 같은 맛이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콩을 불리는 과정부터 삶는 시간, 물의 양, 간수의 양과 넣는 시점에 따라 두부의 식감과 맛이 달라집니다. 특히 순두부는 부드러운 질감이 중요한 만큼 작은 차이도 완성된 음식에서 그대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박승창 씨가 아들에게 두부 만드는 과정을 가르치면서도 유독 엄격한 이유 역시 여기에 있습니다. 아들에게 기계를 씻는 방법부터 물을 맞추는 법, 간수를 조절하는 과정까지 직접 가르치며 쉽게 넘어가지 않습니다.
귀한 아들이라고 해서 대충 가르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입니다. 수십 년 동안 지켜온 맛을 다음 세대에 전달하려면 단순히 레시피만 알려주는 것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그 뒤를 이어받기 위해 나선 사람은 막내아들 박종서 씨입니다.


천안에서 단체급식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아들은 주중에는 자신의 일을 하고, 주말이면 영주로 내려와 아버지에게 두부 만드는 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아버지가 운영해온 식당을 이어받겠다는 마음은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 배우는 과정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음식 만드는 법뿐만 아니라 식당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농사일까지 알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좋은 음식은 주방에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재료를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밭에 나가 배추를 살피는 일도 아들에게는 중요한 수업이 됩니다. 말보다 음식으로 이어지는 가족의 시간 아들이 주말마다 내려와 함께 일을 배우지만 일요일 오후가 되면 다시 천안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아들이 떠난 뒤 식당에는 다시 노부부만 남습니다. 아버지는 다음 날이면 변함없이 새벽부터 두부를 만들고 손님을 맞이합니다. 오랜 시간 곁을 지켜온 아내 강복수 씨 역시 남편과 함께 세월을 견뎌왔습니다.

남편이 두부와 묵 만드는 일을 이어오는 동안 아내는 가족의 곁을 지키며 식당의 시간을 함께 만들어왔습니다. 이곳의 이야기가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은 단순히 ‘50년 전통’이라는 숫자 때문만은 아닙니다.
한 사람이 평생 지켜온 음식과 그 음식을 다음 세대에 전하려는 가족의 모습이 함께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요즘에는 빠르고 편리하게 음식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이 많습니다.



하지만 오랜 시간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온 음식에서는 쉽게 따라 하기 어려운 깊이가 느껴지기도 합니다. 사노라면에 소개된 영주 순두부 역시 그런 음식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콩을 삶고, 두유를 만들고, 간수를 넣어 순두부를 완성하는 과정 하나하나에는 오랜 경험이 쌓여 있습니다. 그리고 그 경험은 이제 아들에게 조금씩 전달되고 있습니다. 아직은 아버지의 눈에 부족한 점이 많은 아들이지만, 주말마다 영주로 내려와 배우는 시간이 쌓이면 언젠가는 아버지가 지켜온 맛을 이어가는 사람이 될 것입니다.



영주를 찾는다면 유명한 관광지만 둘러보기보다 지역에서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음식과 그 안에 담긴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나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한 그릇의 순두부에 담긴 것은 콩의 고소한 맛만이 아닙니다. 새벽부터 불을 지펴온 세월, 가족을 위해 흘린 땀, 그리고 부모의 손맛을 이어가려는 자식의 마음까지 함께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영주전통묵집식당>
경북 영주시 원당로163번길 24
054-633-9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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