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다큐 사노라면에서 소개된 포천의 한 젖소 목장 이야기를 살펴보면 오랜 세월 한집에서 살아온 가족의 일상과 세대 간의 관계를 엿볼 수 있습니다. 포천에서 50년 넘게 목장을 운영해온 이 가족은 무려 4대가 함께 생활하고 있는데요.

단순히 대가족이 모여 사는 모습보다 농장과 살림, 그리고 가족 구성원들의 역할이 어떻게 이어져 왔는지가 인상적인 이야기입니다. 이 집에서 눈길을 끄는 인물은 올해 89세인 최치화 할머니입니다.
오랜 세월 목장 일을 함께해온 만큼 지금도 새벽이면 목장으로 향한다고 합니다. 허리가 많이 굽은 나이에도 자녀들이 일하는 모습을 살피고 필요한 이야기를 건네는 것이 일상이 됐습니다.


목장 운영은 오래전 아들에게 넘어갔지만, 치화 할머니에게는 여전히 자신이 지켜온 일터라는 마음이 남아 있는 듯합니다. 자녀들이 일하는 모습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이것저것 조언하는 모습은 오랜 농촌 생활에서 만들어진 가족의 모습으로 볼 수 있습니다.
치화 할머니의 며느리 임현숙 씨는 결혼 후 35년 동안 시부모와 함께 생활했습니다. 스물네 살에 결혼해 농사와 목장 일을 돕고 집안 살림까지 맡으면서 가족의 생활을 책임져 왔다고 합니다. 특히 결혼 이후 시어머니가 부엌일과 살림을 며느리에게 맡기면서 집안의 실질적인 살림은 현숙 씨의 몫이 됐습니다.

오랜 시간 가족을 위해 일해온 만큼 집안 곳곳의 물건과 살림살이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도 며느리였습니다. 그런데 건강검진 때문에 현숙 씨가 하루 동안 집을 비우게 되면서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벌어집니다.
평소에는 며느리에게 잔소리를 하던 치화 할머니가 직접 부엌에 들어가야 했기 때문입니다. 점심을 해결하려고 부엌을 찾았지만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부터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라면 하나를 끓이는 일도 생각처럼 간단하지 않았습니다.
평소 당연하게 여겼던 살림이 사실은 오랜 시간 며느리가 맡아온 일이었다는 것을 체감하게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이 장면은 가족 안에서 누군가가 맡고 있는 역할이 얼마나 큰지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매일 반복되는 집안일은 눈에 잘 띄지 않지만, 그 사람이 자리를 비우면 생활 곳곳에서 빈자리가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현숙 씨에게는 오랫동안 마음속에 품어온 새로운 목표도 있습니다.
바로 집 앞에 마련한 2층 규모의 카페입니다. 목장과 집안일을 병행하면서도 새로운 일을 준비하기 위해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하고 제빵과 치즈 관련 공부까지 하며 차근차근 준비했다고 합니다.


오랜 시간 가족을 위해 살아온 며느리가 이제 자신의 꿈을 향해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고 있는 셈입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치화 할머니의 마음은 복잡합니다. 카페를 운영하려면 적지 않은 비용이 필요하고, 장사가 잘될지도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며느리의 도전을 응원하는 마음 한편에는 혹시라도 경제적인 부담이 커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카페 이야기가 나오면 할머니의 걱정 섞인 잔소리도 이어집니다.
며느리에게는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오랜 세월 가족을 지켜온 어머니의 입장에서는 자식이 어려움을 겪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말이기도 합니다. 휴먼다큐 사노라면 속 포천 가족의 이야기가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단순히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갈등만을 보여주기 때문은 아닙니다.

한쪽에는 평생 가족과 목장을 지켜온 어머니가 있고, 다른 한쪽에는 오랜 세월 가족을 위해 살아오면서 이제 자신의 꿈을 시작하려는 며느리가 있습니다. 잔소리와 걱정, 서운함과 고마움이 뒤섞인 관계지만 결국 두 사람 모두 가족을 생각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4대가 함께 살아가는 집에서 서로의 생활 방식이 다를 수밖에 없지만, 오랜 시간 함께 지내며 만들어진 정 또한 쉽게 떼어낼 수 없는 모습입니다. 이번 이야기는 농촌의 대가족 생활뿐 아니라 오랜 시간 가족을 위해 희생해온 며느리의 삶, 그리고 늦은 나이에 새로운 일을 시작하려는 사람의 도전까지 함께 생각해볼 수 있는 내용입니다.

특히 현숙 씨가 준비해온 카페가 과연 무사히 문을 열고 새로운 인생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지, 치화 할머니의 걱정과 며느리의 꿈이 어떤 결말을 맞게 될지도 관심 있게 지켜볼 만한 부분입니다.
<순해목장>
경기 포천시 이동면 제비울길 17
<카페순해>
경기 포천시 이동면 제비울길 26 1,2층
0507-1338-48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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