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탐구 집 이화동 빨간 양옥을 살펴보면 오래된 주택도 거주자의 취향과 생활 방식에 따라 전혀 다른 공간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서울 종로구 이화동에는 1950년대 서민주택의 흔적과 오래된 양옥이 함께 남아 있어 골목 자체가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그중에서도 40년이 넘은 빨간 벽돌 양옥을 자신의 방식으로 고쳐 살고 있는 집이 눈길을 끈다.
이 집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 건물의 흔적을 모두 지우지 않았다는 점이다. 오래된 양옥집을 리모델링할 때 새것처럼 바꾸는 방법도 있지만, 이곳에서는 건물이 가진 시간의 흔적을 디자인 요소로 활용했다. 외벽에 덧대어져 있던 고급 대리석을 걷어내고 그 안쪽에 남아 있던 붉은 벽돌을 일부 드러내면서 오래된 주택만이 가질 수 있는 질감을 살렸다.

빨간 벽돌과 거친 외벽의 조합은 이화동의 오래된 골목 풍경과도 잘 어울린다. 깔끔하게 마감된 현대식 주택과 달리 일부러 완성되지 않은 듯한 질감을 남겨 양옥 특유의 분위기를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오래된 건축물 리모델링에서 기존 재료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공간의 개성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건물 내부는 층마다 용도를 달리해 활용하고 있다. 1층은 상업 공간으로 사용하고, 2층에는 홈 스튜디오를 마련했다.

3층과 4층은 실제 생활을 위한 주거 공간으로 구성해 하나의 건물 안에서 업무와 취미, 생활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했다. 오래된 4층 양옥의 구조적 특징을 살리면서 필요한 기능을 층별로 나눈 셈이다.
주방 공간도 이 집의 중요한 특징이다. 원래 방으로 사용하던 곳에 큰 창이 있다는 점을 활용해 주방을 과감하게 옮겼다. 요리를 즐기는 건축주의 생활 습관을 반영해 주방을 집의 중심에 배치하고 레트로 스타일의 가스레인지와 가구를 더했다.
특히 눈여겨볼 부분은 냉장고의 위치다. 일반적인 주방처럼 냉장고를 눈에 잘 띄는 곳에 두지 않고 아일랜드 아래쪽에 냉장고와 냉동고를 설치했다. 창밖 풍경을 가리지 않으면서도 필요한 주방 기능을 확보하기 위한 선택이다.

기존 주방이 있던 공간은 다이닝룸으로 변경해 식사와 대화를 위한 공간으로 활용했다. 3층과 4층은 분위기도 서로 다르다. 3층이 밝고 차분한 화이트 계열을 중심으로 구성됐다면 4층은 어두운 색과 밝은 색을 대비시켜 보다 강한 인상을 준다.
벽면의 색을 위아래로 나누어 공간이 실제보다 넓어 보이는 효과를 고려했고,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리스닝 공간과 개성 있는 욕실도 마련했다. 오래된 집을 고칠 때는 디자인뿐 아니라 구조와 방수 같은 실질적인 문제도 중요하다. 특히 옥상정원을 조성하려면 하중과 배수, 방수 문제를 먼저 고려해야 한다.

이 집은 옥상에 여러 겹의 방수 처리를 하고 경량토를 활용해 정원을 구성했다. 자동 관수 시스템을 설치해 식물 관리에 드는 수고도 줄였다. 옥상정원은 계절에 따라 다양한 식물을 감상할 수 있도록 계획한 것이 특징이다.
단순히 화분 몇 개를 배치한 공간이 아니라 장기간 꽃과 식물이 이어서 피어날 수 있도록 조경을 고려해 구성했다. 도심 주택에서 옥상은 단순한 빈 공간이 아니라 휴식과 조경을 위한 생활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화동 양옥집의 또 다른 특징은 편리함만을 기준으로 집을 선택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자동차나 엘리베이터가 없는 생활은 분명 불편할 수 있지만, 오래된 골목의 분위기와 서울 도심을 바라보는 풍경,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꾸민 공간에서 얻는 만족감이 그 불편함을 상쇄한다.

결국 이 집의 핵심은 오래된 양옥을 무조건 새롭게 바꾸는 데 있지 않다. 기존 벽돌과 구조의 흔적은 남기고, 주방과 생활공간은 현재의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재구성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건축탐구 집에서 소개된 이화동 빨간 양옥은 오래된 주택 리모델링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도 참고할 만한 사례다. 양옥집 인테리어에서 기존 재료를 살리는 방법, 좁거나 불편한 구조를 생활 방식에 맞게 바꾸는 방법, 옥상 공간을 정원으로 활용하는 방법까지 다양한 아이디어를 한 집에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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