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탐구 집, 전북 김제의 한적한 마을에서 17년 만에 아기 울음소리가 들렸다는 이 집에는 어떤 특별한 이야기가 숨어 있을까요? 넓은 마당으로 햇살이 들어오고 오래된 서까래가 그대로 남아 있는 김제의 한 시골집.

낡았다는 이유로 허물어버리는 대신 집이 가진 원래 모습을 최대한 살려 새롭게 고친 사례가 있습니다. 이 집의 주인은 최수현 씨와 이지은 씨 부부입니다. 두 사람은 도시 생활을 정리하고 김제의 오래된 촌집을 직접 손보며 새로운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집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마당이었습니다. 겨울에도 햇빛이 넉넉하게 들어오는 넓은 마당을 보고 마음을 빼앗겼다고 합니다. 어린 시절 경험했던 시골집의 기억도 이곳을 선택하는 데 영향을 줬습니다.

오래된 집을 고칠 때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하는 부분 중 하나가 바로 기존 구조의 상태입니다. 수현 씨 역시 집을 계약한 뒤 천장부터 직접 뜯어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내부를 철거하는 과정에서 오랜 세월을 견뎌온 서까래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서까래는 지붕을 받치는 중요한 목구조 부재입니다. 오래된 한옥이나 전통적인 농촌 주택에서는 굵은 목재로 만들어진 서까래가 집의 구조뿐 아니라 고유한 분위기를 결정하기도 합니다.
이 집 역시 낡은 목재 천장과 서까래를 무조건 교체하지 않고 가능한 부분을 보존했습니다. 오래된 집을 리모델링하면서 과거의 흔적을 남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집 안에서는 과거의 생활 방식을 보여주는 흔적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아궁이입니다. 현대 주택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시설이지만, 오래된 시골집에서는 난방과 취사에 사용했던 중요한 공간이었습니다. 부부는 이런 흔적을 모두 없애기보다 집의 역사로 받아들였습니다. 거실로 이어지는 공간에는 상량문도 남아 있습니다.
상량문은 건축물의 공사 내역이나 건축 시기 등을 기록해 둔 것으로, 오래된 건축물에서는 집의 역사를 짐작할 수 있는 자료가 되기도 합니다.

새것으로 가득 채우는 리모델링보다 기존 건축물의 흔적을 남기는 방식은 최근 오래된 주택을 고쳐 쓰는 과정에서도 관심을 받는 방법입니다. 오래된 촌집을 현대적인 생활공간으로 바꾸면서 가장 신경 써야 했던 곳은 주방과 욕실이었습니다.
이 집은 천장이 낮아 일반적인 상부장을 설치하기 쉽지 않은 구조였습니다. 그래서 부부는 주방을 ㄷ자 형태로 구성해 제한된 공간에서도 조리대와 수납공간을 충분히 확보했습니다.
오래된 주택을 리모델링할 때는 단순히 예쁜 디자인을 적용하는 것보다 기존 구조와 생활 동선을 함께 고려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집 역시 낮은 천장이라는 단점을 무리하게 바꾸기보다는 주방의 배치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해결했습니다.

욕실에는 부부가 원하는 디자인을 적극적으로 반영했습니다. 짙은 청록색 계열의 작은 타일을 사용해 공간에 색감을 더했고, 시공 과정에는 아내 이지은 씨의 아버지가 직접 참여했습니다. 과거 인테리어 관련 일을 했던 장인의 경험을 활용하면서 실용성과 디자인을 함께 잡은 셈입니다.
특히 작은 타일은 일반적인 큰 타일보다 시공할 면이 많고 작업량도 커질 수 있어 세심한 시공이 필요합니다. 오래된 집의 특성을 고려하면서 원하는 디자인을 구현했다는 점에서 이 공간의 특징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 집의 또 다른 의미는 가족 관계에도 변화가 생겼다는 점입니다. 집을 고치는 과정에서 장인과 사위가 함께 작업하면서 자연스럽게 가까워졌습니다. 처음에는 다소 서먹했던 관계였지만 오랜 시간 함께 일하고 생활하는 과정에서 서로를 이해하게 됐습니다.

특히 수현 씨에게는 아버지라는 존재가 남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 아버지를 잃고 성장한 경험 때문에 자신만의 가족과 집을 갖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고 합니다. 그런 수현 씨에게 장인은 이제 편하게 ‘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됐습니다.
그리고 이 집에는 새로운 가족이 찾아왔습니다. 부부에게 아들 은우가 태어나면서 조용했던 마을에도 오랜만에 아기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고령 인구가 많은 농촌 마을에서 어린아이의 탄생은 가족만의 경사를 넘어 이웃 모두가 함께 기뻐할 만한 일이었습니다.

마을에서는 아이의 탄생을 축하하는 의미로 마당에 소나무를 심어주기도 했습니다. 90년의 시간을 견딘 집에 새로운 가족이 들어오고, 오래된 서까래 아래에서 또 다른 세대의 시간이 시작된 것입니다.
건축탐구 집에서 소개된 김제의 이 촌집은 단순히 오래된 주택을 예쁘게 고친 사례로만 보기 어렵습니다. 서까래와 아궁이, 상량문처럼 과거의 흔적을 남기면서도 주방과 욕실은 현재의 생활에 맞게 바꿨습니다.

결국 오래된 집을 되살린다는 것은 낡은 것을 모두 새것으로 바꾸는 일이 아니라, 지켜야 할 것은 남기고 불편한 부분은 생활에 맞게 고쳐가는 과정인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 집에서 아이가 태어나고 가족이 함께 살아가면서 90년 된 촌집에는 또 하나의 새로운 역사가 쌓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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