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노라면 누구나 각자의 방식으로 삶과 관계를 이어가게 된다. 경북 영주 한적한 시골 마을에는 서로를 향한 마음을 오랫동안 지켜온 가족들의 이야기가 있다.

군 복무 시절 펜팔로 인연을 시작해 첫사랑이 된 최광수 씨와 신윤경 씨 부부는 서울 달동네 단칸방에서 신혼을 시작해 고된 시간을 함께 견디며 지금의 삶을 일궈냈다.
시간이 흘러 남편은 오래전 마음속에 품었던 약속을 지키듯 귀농을 결심했고, 그렇게 부부의 삶은 자연스럽게 고향 영주로 이어졌다.


농촌 생활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남편은 아내가 낯선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움직였다. 혼자 여러 사람 몫의 일을 해내며 아내의 부담을 줄이고, 마을 사람들과도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도록 먼저 다가갔다.
손수 음식을 만들어 나누고, 이웃들과 관계를 쌓아가며 집 안팎으로 따뜻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 “마님”이라는 호칭이 자연스럽게 오갈 정도로 부부의 일상은 정겹게 자리 잡았다.


이런 남편의 성향은 어머니에게서 이어진 영향도 크다. 어머니는 여든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여전히 활기차고 유쾌한 성격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따뜻함을 전하는 인물이다. 남편의 아버지는 생전에 가족을 자상하게 챙기면서도 생활의 책임은 대부분 어머니가 짊어졌다고 한다.
이후 남편과 사별한 뒤에도 어머니는 홀로 지내는 시간을 보내야 했지만, 이웃 마을에 사는 한 어르신과 자연스럽게 마음을 나누며 새로운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두 사람은 특별한 관계라기보다 서로의 일상을 챙기며 의지하는 존재로 가까워졌다. 어머니는 직접 산에서 나물을 캐고 반찬을 준비해 함께 식사를 나누고, 계절마다 주변 환경을 돌보며 생활의 일부를 공유한다.
어르신 역시 어머니의 정성을 고마워하며 서로의 하루를 채워주는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주변에서는 이들의 모습을 따뜻하게 바라보며 자연스러운 동행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편, 남편은 산에서 약재로 쓰이는 식재료를 채취하며 농촌 생활에 익숙해져 가고 있다. 비가 오는 날에도 어머니가 어르신을 찾아가겠다고 하자 걱정이 앞서지만, 결국 가족은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며 함께 움직이게 된다. 단순한 걱정과 실랑이 속에서도 결국에는 서로를 향한 배려가 바탕이 되어 있는 모습이다.
이 가족의 이야기는 특별한 사건이라기보다 시간이 쌓이며 만들어진 관계의 형태에 가깝다. 서로를 걱정하고 챙기며 살아가는 모습 속에서 삶의 온도가 전해진다.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를 지켜보며 살아가는 이들의 일상은 결국 ‘사노라면’이라는 말처럼 평범한 삶 속에서도 깊은 의미를 만들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