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유난히 특별한 가족 이야기가 있다. 부부 사이가 좋아 ‘잉꼬부부’라는 말을 쓰곤 하지만, 강원도 평창의 한 산골마을에는 그보다 더 특별한 ‘잉꼬모자’가 살아가고 있다.

아들과 어머니가 서로를 향한 깊은 사랑으로 하루하루를 채워가는 모습이 많은 이들에게 따뜻한 감동을 전하고 있다.
강원도 평창 용소골에 살고 있는 고홍규 씨는 올해 67세다. 그가 가장 자주 하는 이야기는 다름 아닌 어머니 자랑이다. 대부분 부모가 자녀를 자랑하는 경우는 흔하지만, 자식이 부모를 입이 마르도록 칭찬하는 모습은 흔치 않다.

홍규 씨에게 96세의 어머니 이원연 씨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소중한 존재다. 그는 “누가 봐도 우리 엄마는 예쁘다”고 말하며 어머니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는다.
어머니 역시 아들에 대한 사랑이 남다르다. 아들이 오지 않으면 식사를 거르려고 할 정도로 아들을 기다리고, 맛있는 음식이 생기면 자신보다 아들을 먼저 챙긴다. 작은 간식 하나도 몰래 숨겨두었다가 아들에게 건네는 모습에서는 자식을 향한 부모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이처럼 두 사람이 특별한 관계를 이어오게 된 데에는 오랜 세월이 쌓아 올린 이야기가 있다. 7남매 중 유일하게 고향에 남은 홍규 씨는 군 복무를 마친 뒤에도 어머니 곁을 지켰다.

형제자매들이 각자의 삶을 찾아 떠난 후에도 그는 부모님과 함께하며 가족을 돌봤다. 특히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에는 집안의 가장 역할까지 맡으며 어머니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왔다.
하지만 누군가를 위해 헌신한다는 것은 또 다른 누군가에게 미안함을 남기기도 한다. 홍규 씨의 아내는 충북 제천에서 가게를 운영하며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보내고 있다.

남편이 어머니를 돌보는 이유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응원하지만, 몸이 아프거나 힘든 순간에는 서운함이 밀려오기도 한다. 그럼에도 가족을 위한 남편의 선택을 존중하며 묵묵히 곁을 지켜주는 아내의 모습 또한 깊은 울림을 준다.
최근에는 어머니의 건강 변화가 새로운 고민으로 다가오고 있다. 나이가 들면서 기억력이 예전 같지 않아 집안 곳곳에서 예상치 못한 일들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물건을 엉뚱하게 사용하거나 중요한 물건을 훼손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아들의 걱정도 커지고 있다. 게다가 마을 이장 역할까지 맡고 있는 홍규 씨는 어머니 곁을 늘 지키기 어려운 상황이라 마음이 더욱 무겁다.

그러던 어느 날, 모두를 놀라게 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잠시 밭일을 보러 간 사이 어머니가 집에서 사라진 것이다. 가족들은 급히 주변을 찾아 나섰고 한동안 긴장감이 감돌았다.
다행히 어머니는 무사히 돌아왔는데, 알고 보니 아들을 찾기 위해 직접 밭까지 걸어갔던 것이었다. 아들을 향한 그리움이 만든 작은 소동이었다.

집으로 돌아온 뒤에도 어머니의 사랑은 계속됐다. 아들이 안약을 찾기 위해 서랍을 열었을 때 그 안에는 요구르트와 빵이 들어 있었다. 어머니가 아들을 주려고 몰래 보관해 둔 간식이었다. 걱정과 화가 앞섰던 마음도 그 순간만큼은 따뜻한 웃음으로 바뀌었다.

이 이야기는 단순히 효심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오랜 세월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온 가족의 사랑과 책임, 그리고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부모와 자식의 마음을 보여준다.

나이가 들어도 부모는 자식을 걱정하고, 자식은 그런 부모를 지키기 위해 애쓴다. 평범하지만 가장 소중한 가족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따뜻한 이야기다.
때로는 가장 가까운 사람의 존재가 너무 익숙해서 소중함을 잊고 살아간다. 하지만 평창의 한 산골에서 살아가는 이 모자의 일상은 우리에게 가족이란 무엇인지, 사랑이란 무엇인지 조용히 되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