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한바퀴 아산 밀냉면을 검색하다 보면 메밀이 아닌 밀가루로 만든 냉면은 어떤 맛일지 궁금해집니다. 여기에 흔히 사용하는 소고기 육수가 아니라 닭을 오랜 시간 끓여낸 육수를 더한다면 맛의 방향은 또 달라집니다.

아산에는 이런 독특한 방식의 밀냉면을 오랫동안 이어오고 있는 오래된 식당이 있습니다. 이곳에서 가장 먼저 살펴볼 음식은 물밀면입니다.
밀가루를 이용해 뽑아낸 면에 차갑게 식힌 닭육수를 부어 내는 방식으로, 일반적인 평양냉면이나 함흥냉면과는 조금 다른 개성을 보여줍니다. 메밀면에서 느껴지는 거친 식감과 달리 면이 비교적 부드럽고 탄력 있게 넘어가는 것이 특징입니다.

요즘은 밀가루 면을 쉽게 접할 수 있지만, 이 음식이 처음 만들어졌던 시절에는 나름의 사정이 있었습니다. 평안도에서 피란을 내려온 가족이 정착하는 과정에서 메밀을 넉넉하게 구하기 어려웠고, 상대적으로 구하기 쉬운 밀가루를 활용해 면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부족한 재료를 대신하기 위해 선택했던 방법이 오랜 시간 이어지면서 지금의 밀냉면으로 자리 잡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이 음식은 단순히 색다른 냉면 메뉴라고만 보기 어렵습니다.



먹거리가 풍족하지 않았던 시절, 주어진 재료를 이용해 음식을 만들어야 했던 생활의 모습이 한 그릇에 남아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밀냉면의 맛을 결정하는 또 하나의 요소는 육수입니다.
닭을 이용해 우려낸 육수는 소고기 육수와는 다른 담백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차갑게 식힌 육수와 면을 함께 먹으면 처음에는 비교적 깔끔하게 느껴지지만, 먹을수록 닭에서 우러난 깊은 맛이 은근하게 남습니다.
강한 양념이나 자극적인 맛을 앞세우기보다는 육수 자체의 풍미를 살리는 쪽에 가까운 음식입니다. 냉면을 먹을 때 식초나 겨자 같은 양념을 많이 넣기보다는 처음에는 육수와 면의 맛을 그대로 맛본 뒤 취향에 따라 간을 더하는 것도 좋습니다.

물밀면과 함께 비빔밀면도 대표적인 메뉴로 꼽힙니다. 비빔밀면은 차가운 육수를 중심으로 맛을 보는 물밀면과 달리 양념의 매콤하고 진한 풍미가 중심입니다.
밀가루 면 특유의 부드러운 식감에 양념이 어우러지면서 입맛을 확실하게 돋워주는 메뉴입니다. 담백한 맛을 선호한다면 물밀면을, 매콤한 음식을 좋아한다면 비빔밀면을 선택하면 메뉴를 고르기 수월합니다.


여러 명이 함께 방문한다면 두 가지를 주문해 서로 다른 맛을 비교해보는 것도 괜찮습니다. 이곳의 또 다른 특징적인 음식은 닭수육입니다. 닭육수를 끓이는 과정에서 사용한 닭고기를 그대로 버리지 않고 손님에게 음식으로 내기 시작하면서 만들어진 메뉴라고 합니다.
지금은 별도의 음식으로 자리 잡았지만 출발점은 음식 재료를 아끼고 활용했던 소박한 방식이었습니다. 오랜 시간 삶아낸 닭고기는 살이 부드럽고 담백합니다. 밀냉면만 먹었을 때와 달리 닭수육을 함께 곁들이면 닭육수에 사용된 재료의 맛을 직접 느껴볼 수 있다는 점도 재미있습니다.



여기에 만두까지 곁들이면 여러 가지 음식을 한 번에 맛볼 수 있어 가족이나 여럿이 방문했을 때 함께 나눠 먹기 좋습니다. 음식뿐 아니라 공간에서도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습니다.
최근 생긴 식당처럼 세련되고 화려한 분위기보다는 오랫동안 지역 주민들이 오가며 식사를 해온 노포 특유의 편안함이 있습니다. 좌식과 입식 좌석이 마련돼 있어 방문객의 취향에 따라 자리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도 특징입니다.

특히 이곳의 음식에는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이어진 조리법이 담겨 있습니다. 엄격한 가르침 아래에서 음식 만드는 법을 배우고, 힘든 시간을 견디며 이어온 맛이 결국 가족에게 남은 가장 큰 유산이 됐다는 이야기도 음식의 가치를 더욱 특별하게 만듭니다.



동네한바퀴 아산 밀냉면을 계기로 이곳을 찾는다면 단순히 냉면 한 그릇을 먹는다는 생각보다는 음식에 담긴 배경까지 함께 살펴보면 좋습니다.


메밀 대신 밀가루를 사용해 면을 만들고, 닭을 삶아 육수를 내며, 남은 고기를 수육으로 활용했던 방식은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소박합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어려운 시절 한 끼를 만들어내기 위해 재료 하나도 허투루 사용하지 않았던 삶의 지혜가 담겨 있습니다.

부드러운 밀면과 담백한 닭육수가 어우러진 물밀면, 매콤한 양념으로 맛을 낸 비빔밀면, 그리고 육수를 내고 남은 닭고기로 만든 닭수육까지.
아산에서 흔한 냉면과는 조금 다른 맛을 찾고 있거나 오랜 세월 이어져 온 지역 음식을 경험해보고 싶다면 한 번쯤 찾아볼 만한 곳입니다. 한 그릇의 음식 속에 가족의 역사와 오랜 시간이 함께 녹아 있다는 점이 이곳을 더욱 기억에 남게 합니다.
<신정식당>
충남 아산시 시민로409번길 18
041-545-7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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