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탐구 집 성북동 1호 양옥을 살펴보면 오래된 주택이 단순히 낡은 건물이 아니라 한 시대의 생활 방식과 건축 문화를 보여주는 기록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서울 성북동에는 한옥과 현대식 주택이 함께 자리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1961년에 지어진 것으로 알려진 오래된 양옥 한 채가 오랜 세월 동안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 집은 성북동에 처음 들어선 양옥 주택 가운데 하나로, 당시 건설업계 인사가 지은 대저택이었다고 한다.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오래된 주택이지만, 1960년대에는 넓은 공간과 서구식 구조를 갖춘 양옥 자체가 상당히 새로운 주거 형태였다. 한옥이 익숙했던 당시의 주거 환경에서 벽돌과 대리석을 활용한 주택은 부유층 주거문화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현재 이 집을 사용하고 있는 사람은 미술가 이완 작가다. 오래된 사물과 공간에 담긴 시간의 흔적에 관심을 가져온 작가답게 집을 선택할 때도 새로 지은 건물보다 역사성을 가진 오래된 주택에 매력을 느꼈다고 한다.
성북동에 정착하게 된 배경에는 가족과 생활환경도 중요한 이유로 작용했다. 결혼 후 아파트에서 생활하던 그는 둘째 아이가 태어난 뒤 작업과 육아를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을 찾게 됐다.

오랜 기간 여러 집을 직접 살펴본 끝에 선택한 곳이 성북동이었다. 어린 시절 이곳에서 생활했던 경험이 있어 동네의 골목과 풍경에서도 익숙함을 느낄 수 있었다. 성북동 양옥 리모델링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과거의 흔적을 모두 없애지 않았다는 점이다.
오래된 집을 고칠 때는 현대적인 자재로 내부와 외관을 완전히 바꾸는 경우도 많지만, 이 집에서는 기존 건축 요소 가운데 보존할 가치가 있는 부분을 남기는 방식을 택했다. 붉은 벽돌 외벽과 천연 대리석, 오래된 전등 등은 집이 지어진 당시의 분위기를 보여주는 요소다.
특히 당시 사용된 벽돌은 지금의 일반적인 벽돌과는 다른 질감과 색감을 가지고 있어 오래된 양옥 특유의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물론 모든 것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1960년대 주택인 만큼 현재의 생활 기준에서는 불편한 부분도 많았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보일러 난방이 일반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기존 난방 설비만으로는 가족이 생활하기 어려웠다. 아이들과 함께 지내기 위해 현대적인 난방시설을 추가하는 등 생활에 필요한 부분은 적극적으로 손봤다. 반면 이 집만의 독특한 구조는 가능한 한 유지했다.
대표적인 특징이 다양한 크기로 배치된 28개의 창문이다. 집 곳곳에 큰 창이 있어 실내에서도 성북동의 풍경을 쉽게 바라볼 수 있다. 창이 많다는 것은 단순히 채광을 확보하는 기능을 넘어 계절과 날씨,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바깥 풍경을 집 안으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한다. 예술가에게 이런 공간적 특징은 작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일정한 형태로 고정된 실내에서 생활하는 것보다 창밖의 변화하는 풍경을 바라보면서 새로운 생각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오래된 주택의 구조적 특징이 현재 거주자의 생활 방식과 연결되는 부분이다.
이 집에서 또 하나 주목할 공간은 지하다. 주방에서 이어지는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과거 운전기사의 생활공간과 차량을 보관하던 지하 차고가 나온다. 과거 대저택에서 볼 수 있었던 생활 구조가 그대로 남아 있는 셈이다.
요즘에는 주차장이나 창고 정도로만 생각하기 쉬운 지하공간이지만, 당시에는 집주인과 운전기사의 생활 영역을 분리하면서 차량까지 건물 안에 수용하기 위한 공간이었다. 오래된 집의 지하 구조를 살펴보면 당시 상류층 주택의 생활 방식이 어떻게 설계됐는지도 짐작할 수 있다.

성북동 1호 양옥의 가치는 단순히 오래됐다는 데만 있지 않다. 1960년대 서울의 주거문화와 건축기술, 당시 부유층의 생활공간이 어떤 모습이었는지를 보여주는 건축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건축탐구 집에서 소개된 이 집은 오래된 주택을 리모델링할 때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바꿀 것인지 생각하게 한다. 외벽의 벽돌과 대리석, 독특한 창문과 지하공간처럼 시간의 흔적이 남은 부분은 보존하면서 난방이나 주차처럼 현재 생활에 필요한 기능은 새롭게 보완했다.

결국 성북동 양옥 리모델링의 핵심은 과거와 현재의 균형이라고 할 수 있다. 오래된 집의 역사를 지우지 않으면서도 가족이 실제로 살아갈 수 있는 공간으로 변화시키는 것. 이 집은 시간이 쌓인 건축물이 현재의 삶과 만나 어떤 모습으로 다시 활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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